Home > NAVOSTEK소식

제목 : < Web 2.0 시대 >“분열·갈등의 오프라인 사회도 ‘웹2.0’ 으로 가야”
이름 : 관리자 날짜 : 2006/11/21
⑤·끝 전문가 진단 -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한 ‘디지로그’ 개념을 주창하는 등 웹 2.0이 가져오는 사회적 변화에 주목해온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그는 16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집단 지성과 ‘롱 테일(긴 꼬리) 법칙’이 골간을 이루는 웹 2.0은 ‘20대80’ 사회의 엘리트 중심 권력관계를 넘어 수평적인 참여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아날로그상의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 같은 인터넷의 부작용만 심화될 뿐 사회발전으로 이어질 수 없다”며 “한국은 인터넷 환경면에서 그 어디보다도 웹 2.0의 기반이 잘 갖춰져 있지만, 분열과 갈등 일색의 아날로그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 전반의 웹 2.0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넷에서 일어난 웹 2.0 혁명이 오프라인 현실세계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웹 2.0은 수천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엘리트 중심의 권력관계를 시민 중심의 수평적 관계로 변하게 만든다. 20%의 알짜와 80%의 들러리라는 파레토 법칙을 넘어, 예전에 무시됐던 80이 중요해지는 롱 테일 법칙이 핵심이다. 또한 전문가 한 사람의 견해를 듣는 것보다 4000만 국민 모두에게 묻는 것이 낫다는 ‘집단 지성’ 개념이 ‘똑똑한 군중(스마트 몹)’을 만들어낸다. 폐쇄사회가 개방사회로 바뀌고, 주종관계가 상호의존관계로 변한다. 웹 2.0 시대의 이런 변화는 사회 자체가 자율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이상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오랫동안 인류가 꿈꿔온 ‘오토포이에시스(자율조직)’가 실현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웹 2.0 혁명은 얼마나 진행됐다고 평가하나.

“웹 2.0은 사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배용준과 ‘겨울연가’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전문가의 지식 덕택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요구로 그때그때 스토리 전개를 바꿔나갔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갖고 있던 절대권력이 시청자의 집단 지성으로 넘어온 것으로, 약자가 주류가 되는 웹 2.0 시대의 상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또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 인터넷 정액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온라인 게임 개발 능력 등 웹 2.0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을 모두 갖추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는 강해도 하드웨어가 약하다. 인터넷 접속 기회지수도 우리가 세계 1위다.”

―오프라인에서 한국사회 웹 2.0 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시각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웹 2.0 시대가 됐느냐, 그건 아니다. 한국사회는 웹 2.0의 여건을 갖고도 세대 격차, 여론 쏠림현상 등 인터넷이 오히려 오프라인 사회에서는 여러가지 장벽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분파주의로 흐르는 아날로그 환경에 웹 2.0의 개방정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오프라인도 웹 2.0 환경으로 가야 한다. 특히 정치가 사회 전반을 주도하는 환경이 오프라인에서의 웹 2.0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기술의 영문 머리글자는 각각 P, E, S, T다. 우리는 이 순서대로 정치, 경제가 나서 사회, 기술을 끌고 가려니까 역병(PEST)을 앓게 된다. 사회-기술-경제-정치 순이 돼야 발전의 단계(STEP)를 밟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온·오프라인의 격차를 해소하고 웹 2.0 시대의 사회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보는가.

“한국인에게는 특수한 문화가 있다. 그 문화가 오프라인에서의 분파주의, 정보 격차, 세대 갈등 같은 한계를 넘어 진정한 웹 2.0 사회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예를 이미 월드컵 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모인 축구 동호회 ‘붉은악마’가 사회현상이 되는 일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동시에 진화시킬 수 있는 힘이 우리의 장점이다.”

―웹 2.0은 우리 미래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웹 2.0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다. 북한과의 공조가 잘못되면 극한적인 공멸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일을 하려면 북한을 업그레이드시켜 호환성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웹 2.0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문제는 이념이 아닌 폐쇄사회의 문제다. 다른 원조보다도 정보관계 원조가 필요하다. 북한에 웹을 도입시키는 것이 자연스레 개방을 유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출처 : 문화일보